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지난 6월 14일부터 6월 18일까지 코엑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저희는 종이의 날인 6월 16일에 방문했는데요. 올해 행사에서는 비인간을 테마로 인간과 인간 아닌 것, 그리고 다시 인간에 대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테마의 영향인지 작년보다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던 것 같은데요. 300여 출판사에서 참여해주신 덕분에, 많은 독자분들이 보러와 주신 덕분에 풍성한 행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국제도서전인 만큼 해외 출판사에서도 참여하셨는데요. 주빈국인 샤르자를 위시한 여러 나라에서 찾아온 출판사를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국내 유명 출판사부터 점점 다채로워지는 독립출판사까지 볼거리가 너무 많아 하루만에 다 보느라 힘들었습니다. 출판사답게 특색을 살린 부스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에 한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웅장했어요. 그리고 문학동네의 3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책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많은 출판사에서 참여해주셨고 자신들만의 특색 있는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고 계셨어요. 그외에도 전천당 부스와 슬램덩크 부스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천당 부스에서는 뽑기를 비롯하여 컨셉에 맞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갖춰두셨어요. 특히 슬램덩크 부스는 독자분들로 가득차서 발디딜 틈을 찾느라 고생했습니다. 부스 벽면마다 한 장 한 장 포스터를 붙이고 판매도서들을 원형으로 전시해두시는 걸 보고 정성을 느꼈고, 하나의 IP가 가지는 경쟁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추억에 잠기는 시간도 조금은 가졌습니다.
작가님들의 사인회도 여러 출판사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마침 방문한 날에 백수린 작가님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젊은 작가분들이 모여 창간한 문예지 『문학서울』을 만나볼 수 있는 코너도 있었는데요. 예술적 울림은 기업과 자본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믿음이 울림을 주네요. 다음 호도 기대하겠습니다:)
저희가 특히 인상깊게 느꼈던 곳은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분들의 부스였습니다. 노력의 결과물들을 이런 형태로 보여줄 수도 있다는 점에 배울 점이 있다고 느꼈어요. 문예창작학과가 있는 다른 대학들도 자신들의 부스로 참여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주제 전시에서는 비인간 테마에 맞춰 챕터를 나누고 각 챕터마다 기술, 기후위기 등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의미 있는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주시려는 노력이 느껴져 감사했습니다. 다만 수많은 판들을 읽으려면 하나씩 일일이 뽑아야 해서 불편했는데 그 부분은 ‘비인간적’이라고 느꼈어요.
부스들을 돌아다니다 운 좋게 비인간 북토크: 시인 편을 직접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도서전에 방문했을 때에는 황인찬 시인의 동화책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올해는 비인간이라는 주제에 대해 시인분들이 준비해 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전보다 시인분들과 가까워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를 위해 시인분들이 써오신 시를 직접 낭독해주시는 시간을 가졌어요. 저희는 이소호 시인의 소싯적 ‘덕질’에 관한 이야기와 서윤후 시인의 매력적인 저음이 기억에 남았어요. 그리고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은 시인이 겪은 비인간에 가까운 경험이었는데요. 세입자로서의 시인의 공간으로 흘러내리는 비인간적인 것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시인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웃으며 들을 수 있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섬찟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세입자라면 누구나 시인이 겪었던 그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그랬고 그런 경험들도 자신의 언어로 녹여내는 시인이 부러웠습니다.
작품을 넘어 독자와 작가가 상호 소통한 작가와의 만남은 물론, 주제전시에 이르기까지 이번 국제도서전의 주제인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와 잘 큐레이션한 콘텐츠가 된 것 같습니다. 1995년부터 개최되어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의 2024년 도서전이 더욱 기대되는 일정이었습니다.